월급쟁이가 소박한 월급쟁이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위험을 기피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장이 되어서 민간기업의 위험을 관리할 능력이 없는 이들은 여가를 조금 포기함으로써 월급을 받는 훌륭한 직장을 선택했다.
임금 노동자의 위험 회피 경향
임금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위험 회피 경향은 구체적으로 노동자는 가능하면 항상 똑같은 정기적 월급을 원하며 활동에 따라 변하는 소득은 원치 않는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달리 말해서 임금노동자는 고용주라는 어려운 직업의 조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자신의' 회사 상황이 좋든 나쁘든 똑같은 소득을 원한다는 말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높은 임금을 받고 경기가 나쁠 때는 낮은 임금을 받기보다 노동자는 이 둘 사이에 위치한 고정된 소득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 때문에 노동자는 노동수요가 많고 이론적으로 임금이 높은 호황기에 받을 수 있는 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기준으로 기꺼이 협상한다, 그 대신 시장의 균형이 이론적으로 낮은 임금을 요구하는 블황기에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보장받기를 원한다. 노동자는 결국 기업과의 노동계약에 암묵적으로 포함된 일종의 보험계약을 맺는 것이다.
노동자는 고용주에게 호황기에는 자신의 임금에서 납입금을 내는 것이고, 불황기에는 임금보조금 형식으로 보험금을 타는 것이다. 이런 보험계약을 통해 노동자는 고정된 소득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종류의 계약은 노동자가 위험 회피 경향을 너무 많이 보이면 고용주에게 전적으로 득이 될 수도 있다. 노동자가 호황기에 높은 임금을 포기함으로써, 불황기에 고용주가 지불하는 추가임금이 보상되고도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추가임금이란 시장의 균형 수준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하겠다는 계약의 내용과 관련된 것이다.
노동시장의 불황기에서 시장 균형을 맞추는 방법
양측이 모두 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앞에서 보았듯이 이 계약에는 불황기에 시장의 균형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하겠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 조항의 정확한 의미는 불황기에는 실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실업은 노동자들이 경기의 변동으로부터 보호받으려는 성향의 결과인 것이다.
다시 한번 반복되는 말이지만 이 이론은 실업의 원인이 너무 높은 임금 수준에 있다고 본다. 이 이론의 묘기는 임금의 하향 경직성이 양측 간에 자유롭게 체결된 계약, 즉 서로 이익이 되는 조항에 기초한다는 주장에 있다. 이 이론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는 경기의 변동으로부터 그토록 보호받기를 원하는 노동자들 이들은 소득의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왜 고용주와 합작하여 불황기에 실업상황 실업이야말로 노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위험 아닌가를 초래할 것으로 명백하게 예상되는 계약을 체결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이 이론의 주창자들이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바로 이런 종류의 문제가 있음으로 해서 그들은 계속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델을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할 것이며, 이 개선 작업에도 열심히 매달릴 것이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경제학자들이 할 일은 무척이나 많아진다. 경제학은 특정 이론에 문제가 많을수록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러한 관심 때문에 더욱 홍미 로운 이론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모르겠지만 실업의 원인이 임금노동자의 비겁함에 있다고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이 기울이는 노력은 집착에 가깝다. 고용주는 노동계약과 동시에 보험계약까지 이들에게 끼워 팔고 있는데도 말이다.
노동자의 실질적인 원인
언제나 우리가 주장해왔듯이 경제학자들은 노동자의 비겁함을 비난하기보다는 문제의 실질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의 변동(여기서 경기의 변동은 어떤 구체적인 언급 없이 그냥 어느 날 나타나는 돌발적인 사건으로 취급되고 있다)으로 인한 비극에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선택은 그것이 아니다. 이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신세한탄을 하지 못하도록 그들의 불행은 이를 피하려고 너무나 애쓴 나머지 그들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를 원한다.
이렇게 실업을 노동자의 위험 회피로 설명하는 것은 요즘 들어 점점 더 황당한 모습을 띠고 있다. 기업 경영학에서는 금융시장을 통해 기업이 아주 높은 이윤율을 창출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경기의 상황과 상관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처럼 높은 이윤율을 내기 위해서는 모든 위험부담을 임금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주들은 경기에 상관없이 자산 대비 15~20%에 달하는 이윤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임금노동자들은 임금이나 해고를 통해 구조조정의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암묵적 제약 이론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현상, 즉 노동계약은 결국 고용주나 주주들이 임금노동자에게 드는 종합보험이라는 것을 설명해줄 위대한 이론가는 어디에도 없단 말인가?
임금노동자는 겁쟁이일 뿐 아니라 약삭빠른 존재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노동자는 노동시장의 불완전성을 활용하여 이득을 챙긴다. 이런 불완전성은 채용 시 고용주가 채용에 응시한 사람들의 실질적 능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진정한 적성, 실력, 부지런함 등 노동의 효율성을 결정하는 모든 자질을 알고 있는 것은 채용에 응시한 사람들 자신뿐이다.
이런 비대칭적 정보 때문에 약삭빠른 노동자들은 자신의 기여도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고용주가 직접적으로 이들을 알고 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소위 역선택이라고 불리는 이 문제에 대해 고용주에게 무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정보의 부족을 간접적으로 보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진정한 특징을 밝혀냄으로써 사기 행각을 제거하고 그들이 정직하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고용주는 채용에 응시하는 후보의 특징을 개인적으로 직접 알 수는 없지만 전체 인구에서 노동자 '유형'의 분포는 알고 있다. 좋은 노동자와 나쁜 노동자의 비중 말이다. 실제로 후보자들은 이 유형과 상당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생산적인 노동자의 예약 임금이 설명되는 것이다.
2022.06.09 - [분류 전체보기] - 노동시장이란? 노동시장이 열리기 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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