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산이 거칠고 산세가 험하여 맛이 좋은 강물이나 샘물이 드물다. 포구나 나루터에 사는 사람은 똑같이 장기瘴氣나 소금기가 많은 것을 염려하고, 깊은 산골짜기에 사는 사람은 폭포수를 마셔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도읍이나 성시城市에 있는 샘물은 먼지와 오물로 더럽혀져 있으며, 들판의 밭도랑 곁에는 분뇨와 오물이 스며들어 저장된다.
배산 임수론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끓여 먹음에 제대로 된 맛을 내지 못하고, 약을 달여 먹음에 약의 성질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여 사람들이 모두 병통으로 여기고 있다. 만약 바위틈이나 시냇물 가운데 물맛이 조금이라도 시원하고 상큼한 것을 발견하면 앞을 다투어 달려가 서로들 떠 마셔서 감로수甘露水경액瓊液보다 귀중하게 여기므로 그 소문이 전파되어 온 나라 안에 명성이 가득하게 된다. 따라서 살 자리를 정하여 집을 지으려고 하는 사람이 지명을 살펴보고 탐문한다면, 굳이 물의 무게를 재어 시험하는 방법이나 물을 끓여 시험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맛이 좋은 샘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관동의 우통수于筒水는 오대산 서대 아래에서 솟아나는데 그 물이 서쪽으로 흘러 한강물의 중심을 흐르는 근원이 된다. 강물의 맛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이 물이 가장 좋다고 첫손가락을 꼽는다. 한송정寒松亭의 석정石井은 강릉부江陵府에 있는데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사선四仙22가 강릉에 와서 놀 적에 그 물로 찻물을 하였다고 한다. 양양襄陽의 오색수五色水는 오색령五色嶺아래의 너럭바위 틈에서 나오는데 그 맛이 맵기가 철장鐵醬과 같고, 그 물을 마시면 만성적인 비장 종대 중을 없앨 수 있다. 이 물로 밥을 지으면 밥이 유황빛을 뛴다. 금강산 불지암佛地庵 남쪽으로 10여 걸음 떨어진 곳에 감로수 가 있는데 매우 맑고 시원하다.
전국의 물맛
관북 함흥咸興의 본전本殿 동쪽에 어정御井이 있는데, 맑고 영롱하며 달고 차다. 이 샘물은 건 원룽健元陵께서 왕위에 오르시기 전에 파신 것이다. 북청부北青府의 동정東井은 동문東門 밖 모래사장 가운데 있는데,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차며, 맛이 극히 달고 시원하여 그 물을 마시면 병이 낫는다.
관서 평양平壞의 기자정箕子井은 함구 문含毬門 밖 정전井田 가운데 있다. 세상에서 전하기로는 기자箕子가 판 샘이라고 한다. 평양부 안의 우물물은 모두 맛이 열악한데 이 우물물만은 맛이 매우 좋다. 운신 군雲山郡 우제천生啼泉은 물이 매우 맑고 향기로워 그 물을 마시거나 목욕하면 병을 그치게 한다. 강계부江界府 북쪽 장항산獐項山 아래에는 옥류천玉溜泉이 바위틈에서 나오는데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얼지 않는다.
해서海西 왕림천王臨泉은 황주黃州 동쪽의 왕어치王御峙 아래에 있는데 물이 매우 달고 차다. 임진왜란 때 선조대왕께서 해서로 피난하셨을 적에 항상 떠서 바친 물이라서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 봉산군鳳山郡 서쪽 백학 암白鶴巖 북쪽 들에 영천靈泉이 있는데 차와 같이 맛이 달고 향기롭다. 그래서 지금은 반 다천磻茶泉이라고 부른다. 군 동쪽의 내와 골짜기로 이어진 역로驛路 겉에 가파른 절벽이 깎아지른 듯이 우뚝 서 있는데 그 틈서리에서 샘물이 솟아 나와 물이 극히 달고 맛있다.
재령 군載寧郡 애정艾井은 군의 북쪽 10리에 위치한다. 고려 말에 황해도 안렴사按廉使인 이 자생李自生이 이곳을 지나다가 골짜기가 넓고 틔었으며, 토지가 비옥하니 집을 짓고 살기에 알맞구나.라고 말하고는 쑥 덤불 한 곳을 가리키며 뽑아내고 여러 자를 파게 하자 바로 맑은 샘물이 용솟음치듯 올라왔는데 그 맛이 매우 상쾌하고 시원하였다. 임기를 다 마친 이 자생은 마침내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았다. 그리하여 후세 사람들이 그 샘물을 애정艾井이라고 불렀다.
배천군 북쪽에 각상천覺爽川이 있는데 치악雉岳 오른쪽 산록 아래에서 솟아 나온다. 바위를 뚫어서 겨우 표주박 하나에 담을 정도의 물이 고이는 데 불과하지만 아무리 큰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다. 이 물을 관아의 마실 물로 공급한다. 호로천蔄蘆泉은 곡산부谷山府 뒷산의 동쪽 산록 아래에 있는데 물이 바위틈에서 흘러나온다. 밝고 차며, 병을 고친다.
호서湖西 괴 신군槐山郡 서쪽에 위치한 달천達川은 바로 괴강槐江의 하류 지역이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가 물을 마셔보고 물맛이 여산廬山의 물맛과 같다라고 하였다.
은진현恩津縣남쪽 계룡산契龍山 아래에 수정壽井이 있는데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차갑다. 맛이 매우 달고 상쾌하여 그 물을 마시면 장수한다. 청풍부淸風府 북쪽 금병산錦屛山의 수혈水穴은 풍혈風穴의 동쪽으로부터 1백여 걸음 떨어진 절벽 아래에 위치하는데 샘물이 용솟음쳐 올라와 물이 맑고도 시원하다. 호남湖南 함열현咸悅縣 북쪽 10리에 약정藥井이 있는데 깊이가 겨우 한 자를 채울 정도에 불과하지만 짙푸르고 차가워 사랑할 만하다.
제주濟州의 판서정判書井은 제주성 밖 동남쪽에 위치한 바위 사이에서 수상 나오는데, 맑고 차며 맞이 달다. 충암冲庵 김정金津레이 제주도에 유배 가서 살 때 판 우물이기에 제주 사람들이 판서 정이라 이름 붙였다. 신월 통新月筒은 제주성 동쪽 57리에 위치하여 너럭바위 중앙에서 솟아 나오는데 정결하고 달며 향기롭다.
영남嶺南 예천군醴泉郡 북루北樓 담장 밖에는 주천酒泉이 있는데 아무리 큰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다. 임진왜란 때 양호楊鎬가 그 물을 마셔보고 달다고 하며 군의 이름을 예천醴泉이라고 한 이유가 참으로 여기에 있구나.라고 하였다.
한양漢陽은 인구가 조밀하여 우물과 샘이 모두 짜고 혼탁한 염려가 있다. 유독 훈련원訓練院 안에 있는 통정筒井과 돈의문敦義門, 밖에 있는 초료 정椒聊井이 가장 맛이 좋다. 모화관慕華館 암벽 틈에서 나오는 물과 후조당後凋堂 암벽 틈에서 나오는 물, 그리고 숭례문崇禮門 밖의 약천藥泉이 그중 맑고 시원하다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창의문彰義門 밖 옥천암玉泉庵 약수薬水는 산허리에 있는 암혈巌穴에서 나오는데 병을 제거하는 효험이 있다 하여 도회의 남녀들이 줄을 서서 다투어 물을 마신다.
두모포豆毛浦 군자봉君子峰 아래에 옥정천玉井泉이 있는데 맑고 향기롭다는 정평이 나 있다. 이 물은 일찍이 왕실의 용수로 공급되었다. 강화부江華府의 성정星井은 동문東門 밖 장승동長承洞 서쪽 산언력 그저께에 위치하는데 물이 매우 푸르고 깨끗하며,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차다. 옛날 큰 별이 나타나 우물 가운데 떨어졌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전국의 장기瘴氣가 있는 토지
풍토에 따른 장기의 해독은 짐새의 독보다 심하다. 그 독은 평상시 먹고 마시는 음식물 가운데 독을 숨기고 폐와 위장에 점차 스며들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인체를 공략하여 마침내 파리해져 일어나지 못하는 병에 걸리게 한다.
그러나 고금의 의방醫方을 상고해보니 물과 흙에 익숙해지지 못하여 발생하는 증세가 있기도 하고, 또 골짜기의 물을 오래 마셔서 목덜미에 흑이생기는 병이 있기도 한데 유독 풍토에 따른 장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는 무슨 까닭일까? 혹시 치료 방법이 없어서 그에 대한 저술이 없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중국에는 이러한 독이 드물거나 사람들이 피하는 법을 알아서 상해를 입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의사가 그 병을 고칠 처방을 만들어놓고 환자를 기다려야 할 필요가 전혀 없어서일까?
우리나라는 산에 의지하고 바닷가에 근접한 지역이 곳곳에 있다. 어떤 곳은 읍 전체가 그러한 곳이 있고, 어떤 곳은 한 지역이 유난스럽게 그러한 곳이 있다. 이러한 땅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그 해독을 입지 않는 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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