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설명을 살펴보기에 앞서 우리는 고용의 양과 임금의 결정 과정에 대한 그들의 분석을 소개해
야 할 것이다.
노동자와 고용주의 밤샘 작업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이상적인 상황에서 노동 시장은 완전고용을 보장한다. 이런 전제를 완벽하게 믿지 못한다면 굳이 실업의 원인을 연구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모든 실업의 원인은 완전고용을 향해 있는 시장의 이상적 기능을 조금씩 마비시키는 노동시장의 장애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의례를 따라 하다 보면 믿게 될 것이다!"라고 빠스깔(B. Pascal)은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두 개의 장에 서 독자들이 빠스깔의 충고를 따르도록 할 것이다. 독자들이 과학의 불빛을 정직한 마음으로 따라온다면 커다란 어려움 없이 실업 경제학의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임을 우리는 보장한다.
노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임금노동자와 고용주들이 노동시장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면 노동시장 이론에 기회를 한번 주고 믿어보려는 노력을 한다면 드디어 실업 이론의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항상 반복적으로 강조하듯이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노동이란 무엇인가?
경험적으로 증명되었듯이 일반인들은 노동의 개념에 대해 매우 혼란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며 살
아야 하는 사람들은 혼란스런 개념의 미로에 빠져 중요한 것을 생각할 수 없고 경제학자가 갖고 있는 수준 높은 시각도 가
질 수 없다. 경제학자는 중립적이고 자신의 능력을 극복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노동을 하나의 순수한 개념으로 인식하는 데 필요한 추상적인 능력의 튼튼한 전망대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일반인들, 달리 말해서 임금노동자의 3/4은(매달 200만 원 이하를 손에 쥐는 사람들) 노동이 운명(운명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여러 가지겠지만)이라고 확실하게 상상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입에 풀칠을 해야 하고 집세를 내거나 할부금을 갚아야 하며, 가족을 먹여 살리고 차를한 대 굴리면서 매일 같이 물건들이 소모되는 데 대해(오늘날의 세탁기는 미래에 고장 날 것이다) 일상적으로 투쟁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때로는 철학자적인 입장에서 일반인들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노동-휴식-레저-노동’의 주기적인 움직임 속에서 삶이 소모되어간다고 느끼면서도 이런 주기적인 움직임이 항상 삶을 갱생시키는 생존적 힘의 건강한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은 기분이 좋은 날에는 공장(혹은 사무실이나 거리)과 자신의 무의미함을 말해주는 장소(슈퍼마켓과 텔레비전, 그리고 스키장 리프트를 타기 위해 줄 서는 곳 등등)를 오가면서도 이 반복적인 고통이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한다.
사람들은 게으름이 죄악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러나 그가 피곤에 지쳐 있을 때는 과연 이런 세상이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해 의심을 품기도 한다. 이렇게 실망에 빠져 있는 순간에는 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조차 잊는다. 그러고는 어두운 생각들을 떠올리기만 한다. 사업에 돈 한 푼 대지 않고 자본의 이익분배에 동참하는 특권을 가진 소수의 월급쟁이 계층을 제외한다면 임금노동은 그 누구에게도 부를 제공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남에게 노동을 시키는 사람들이 부를 축적하지 않는가? 일반인들은 결국 깊이 사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상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렇게 되뇔 것이다. '일이란 결코 복잡한 것이 아니야. 일에는 노력과 고통이 따르지.
하지만 일하면서 동료도 만날 수 있고 즐거움도 느낄 수 있어.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실은 가끔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하기도 하는데, 만일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일이 없을 거야) 실업자가 안되기 위해서 집착하고, 가
끔 따분해하면서도 약간의 보람을 찾고, 기회가 되면 연봉을 올리려고 시도하는 것, 뭐 이런 다양한 것들이 일이 아닐까?
이와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면 경제학자의 존재 이유는 이런 두서없는 이야기에 약간의 질서를 부여하 고약 간의 깊은 생각을 덧붙이는 데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은 추상화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자연과학에서처럼 사회과학의 여왕이라고 하는 경제학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추상화 작업이란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를 얕보아선 안된다. 다음에 소개하는 내용에 도달하는 데 200년 이상이 걸렸으니 말이다.
실제로 노동자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개인이다. 달리 말해서 노동자는 교환을 통해 자신의 복지를 극대 화하
려고 고심하는 존재이다. 임금노동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개인들이 자신의 초기 자산 dotation initiale: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일종의 교환 가능한 재화의 양으로, 사람에 따라 많고 적음의 차이가 난 다에노 동이라고 하는 특수한 형태의 상품(재화 또는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요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 자산에 노동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계나 자연자원 또는 소비나 생산에 유용한 다른 재화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임금노동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노동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는 효용(만족 또는 복지)을 주는 재화를 소비하기 위해 자신의 노동을 다른 것(대부분 임금)과 교환하 여공 급해야 한다. 좀 더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것은 정확하게 말해서 노동이 아니라 인적 자본이다. 이인적 자본은 상속받은 것일 수도 있고 이를 능력으로 보유하기 위해 투자한(달리 말하면 돈을 쓴 것일 수도 있다.
조금 덜 지루한 표현을 써서 쉽게 말하면 인적 자본이란 노동자의 모든 육체적·지적 능력을 종합하는 일종의 잠재력이며, 그가 할 줄 알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2022.05.17 - [분류 전체보기] - 가문마다 고유한 성씨가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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